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은 국내 금융시장을 단숨에 뒤흔들었다. 연설 직전까지만 해도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는 장중 5,574선까지 오르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연설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상승 기대를 반영하던 매수세는 급격히 위축됐고,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지수는 하락 반전했다. 결국 연설 종료 이후 코스피는 3% 이상 급락하며 5,3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코스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1,100선이 붕괴됐다. 이는 단순한 단기 변동성이 아니라 시장이 정치·군사 리스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조기 종료’라는 낙관적 메시지와 ‘추가 타격 가능성’이라는 경고가 동시에 제시되면서 투자자들은 방향성을 잡지 못했고, 그 결과 불확실성 회피 심리가 급격히 확대됐다.
“2~3주 내 종료”와 “즉각 공격”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이란과의 군사 작전에 대해 “전략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며 2~3주 내 종료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사실상 승리 선언에 가까운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어진 발언이 문제였다. 필요할 경우 즉각 대규모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여기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상 초월의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발언은 낙관과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메시지였다. 시장 입장에서는 전쟁이 끝날지, 오히려 확대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종전 기대를 자극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돌 재확산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결국 이 모순된 메시지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며 금융시장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에너지 시장과 환율 동시 압박
이번 연설의 핵심 축은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지역의 안정 여부는 곧 글로벌 경제와 직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협 안전 확보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됐고,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4% 가까이 급등했고, 브렌트유 역시 10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며 각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1,52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 상승과 유가 급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입 물가 상승, 기업 비용 증가,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융시장 문제가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리스크다.